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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ly) New Territory
Haewook Jeong, Hyperspandrel, Virgin Olgiati

05 - 24 September, 2023

PUSHTOENTER는 2023년 9월 5일부터 9월 24일까지 3인 그룹전 《(Really) New Territory》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독립기획자 송승엽의 기획으로, 정해욱, HYPERSPANDREL, Virgin Olgiati 3인의 가상에서 실재하는 작업들을 오프라인으로 소환해 도시공간에 대한 각기 다른 비평적 모색을 살핀다.

 

가상이 그 자체로 실존하는 현 시점에 이르러 건축과 도시공간에 대한 비평성은 더 이상 중력을 전제로 한 실제적 건물과 두께를 지닌 종이 위 텍스트들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는 상당한 비중으로 가상공간에서 발견되고, 편집되며, 흐르는 이미지들의 파편들을 통해 다소 모호하게 확보된다. “There is no architectural ideas without social media”[1] 라는, Jerry Gogosian 의 코멘트를 살짝 뒤튼 이 문구가 어색하거나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가상공간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레퍼런스 이미지들과 밈으로 잘게 쪼개져 유포되는 건축적 주장과 생각들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는 이러한 비평 환경을 전제로 어떠한 미션(마치 클라이언트가 건축가에게 부여하는 문제와 유사한)없이, 이미지 데이터의 발굴만으로 이루어진다. 《(Really) New Territory》에 초청된 3인 작가들의 이미지는 디지털 데이터라는 제 본연의 몸체를 벗어나 오프라인 갤러리라는 환경에 새로운 몸체로 나타나 연결된다.

정해욱은 ‘가상-건축 Architecture as Fabulated Reality(2020)’, ‘어퍼하우스-오리엔티드(2023)’등의 저서와 ‘MIDDAY’ 활동을 통해 ‘건물(building) 이전에 실존하는 건축(architecture)’, ‘건축 표피 이면의 질서와 에스테틱’에 대한 사고를 전개하는 건축가다. 이번 전시에 호출된 그의 <Patched City: the Archaeology of the Debris>는 그가 독일에 체류하던 2019년, 건설적 정크스페이스의 구축을 목표로 서울 번화가 뒷골목의 2D 이미지로부터 포토그라매틱 등의 디지털 기술을 통해 추출한 3D 디지털 메쉬들을 편집해 재구성한 디지털 랜드스케이프다. 서울 도심의 익숙한 풍경은 디지털 기술로 포획되는 과정에서 잘리고, 왜곡되며, 납작해진다. 이는 과밀도의 서울을 직시하듯 과 누적돼 새로운 형태의 도시로 제시된다. 함께 놓인 3D 출력의 <A Piece of the Debris>는 이것이 단순히 2D의 스크린 이미지가 아닌 실재할 수도 있는, 새로운 건축적 형태의 서울의 모습일 수 있음을 주장한다.

HYPERSPANDREL은 주로 전시와 SNS를 통해 현대 건축의 개념과 인식에 대한 ‘주객전도’의 사고방식을 유포해온 건축 그룹이다. 아치보다 아치의 부산물인 스팬드럴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번 전시에서 <(찐)그린루프>의 변형태 <(찐(찐))그린루프>를 선보인다. 《서울마루 공공개입 2023》 FINALIST에 선정되었던 <(찐)그린루프>는 서울의 또 다른 수직 레이어의 땅인 초록색 방수 우레탄으로 뒤덮인 옥상에 주목해 이의 형식을 공공의 크리에이티브 작업장으로 변형했던 작업이다. 유튜브 박제본으로만 남을 위기에 처했던 원안은 전시장에서 러버덕을 친구로 둔 물고기의 집으로 재탄생한다. 물을 거부하는 건축 방수의 기술을 물을 수용하는 수조로 뒤틀고, 건축에서의 인간의 삶을 물고기의 삶으로 치환함으로써 <(찐)그린루프>의 실현되지 못했던 아이디어는 <(찐(찐))그린루프>에서 유쾌하게 갱신된다.

Virgin Olgiati는 SNS를 통해 해외 건축/공간디자인 선례와 유사한 한국 건축/공간디자인의 이미지를 찾아 병치, 제시하는 크리틱이다. 그/그녀는 Diet Prada의 형식을 전유하고, 해외의 SNS를 통한 이미지 중심 건축 크리틱의 흐름과 동행하며, 국내 건축/공간디자인계에 만연한 카피캣의 문제를 공론장에 투척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그녀는 발견한 원본과 카피캣의 이미지들을 엽서의 형태로 담은 <Kream Pie>를 선보인다. 엽서는 SNS가 존재하기 이전의 전통적 건축/관광지 이미지 유포 형식이다. 이를 통해, 그/그녀는 공론장의 범위를 오프라인 전시장까지 확장하고자 한다. 실크스크린으로 제작된 이 엽서들은 마치 카피캣 작업에는 어떠한 깊이도 없다는 듯 인스타그램의 레이아웃을 흉내 낸 납작한 빌딩의 모습으로 설치된다. 열린 토론을 촉발시킬 의도로 SNS 상에서 이미지 외 자신의 직접적인 의견을 일체 게시하지 않는다는 그/그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보다 확장된 토론이 가능케 되기를 꿈꾼다.

​글 / 기획 송승엽

[1] “There is no collecting art without social media anymore.” – HILDE LYNN HELPHENSTEIN(@jerrygogosian)에서 인용, SOTHEBY’S, 「Meme-Maker Jerry Gogosian’s Exhibition Is No Joke」, 『SOTHEBY’S』, 2022. 9. 20.

ARTIST

 

정해욱(b.1989)은 2015년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공업디자인과를 졸업, 2019년 독일Staatliche Hochschule für Bildende Künste – Städelschule 석사를 졸업 후, 독일의 schneider + schumacher에서 실무를 하였다. 2021년 MIDDAY를 설립해 활동해오고 있으며, 2022년부터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Milan에서 건축가이자 콜라보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가상-건축 Architecture as Fabulated Reality》(브리크컴퍼니, AAPK 공동저술, 2020),  《Upperhouse-Oriented》(스트락스 도큐멘타, MIDDAY 저술, 2023)이 있으며, 단체전 《Narratives in Boundless Space - Cartographies of Venice and Spatial Fabulations and Other Tales of Representation in Virtual Reality》(Künstlerhaus Mousonturm, 프랑크푸르트, 독일, 2019), 《Spatial Fabulations and Other Tales of Representation in Virtual Reality》(Goethe Institut, 뮌헨, 독일, 2019), 《직관과 감성》(인사아트센터, 서울, 2020)에 참여하였다.

 

전재우(b.1990)는 2013년 University of Waterloo School of Architecture를 졸업, 2016년 Harvard Graduate School of Design 석사를 마친 후, 2020년까지 Zeidler Partnership Architects와 PES Architects Shanghai에서 실무를 하였다. 2021년부터 건축그룹 HYPERSPANDREL을 설립, 운영 중에 있다. 개인전 《기념비 없는 기념품》(푸시투엔터, 서울, 2022), 단체전 《NET FAIR ART DMZ》(라이브러리스테이 지지향 등, 파주, 2022), 《THE HYUNDAI SEOUL ART FAIR WITH COJAM》(더현대 서울, 서울, 2022),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DDP, 서울, 2022) 등에 참여하였고, 주요 프로젝트로는 《서울마루공공개입 2023》(Finalist, 2023),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불불불불"》(전시기획/디자인 총괄, 2023) 등이 있다.

 

Virgin Olgiati는 인스타그램 계정 @virgin_olgiati로 활동하는 건축, 공간디자인 비평가다. 계정을 운영하는 그 또는 그녀 또는 집단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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